[기사-에너지신문] 원자력-신재생 대표학회 만났다...“대립 아닌 상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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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신문 기사] 원자력-신재생 대표학회 만났다...“대립 아닌 상생”
에너지신문 | 2023. 7. 14.
https://www.energ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88761
전기-원자력-신재생 3개학회 죄담회...학회장 한자리
발전사업 현안 및 미래 비전 관련 '긍정적 논의' 진행
[에너지신문 권준범 기자] 대한전기학회 하계학술대회 2일차인 13일, 전력 및 에너지 산학연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벤트가 열렸다. 바로 대한전기학회, 한국원자력학회,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의 3개 학회 수장들이 최초로 한자리에 모여 좌담회를 가진 것.
이번 3개학회 좌담회는 올해 초부터 전기학회가 야심차게 준비해 온 행사다. 그간 정치적인 이유 및 기타 여러 상황에 의해 ‘대립 구도’가 형성됐던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학계 대표단체가 탄소중립 및 원활한 전력수급을 위한 상생과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는 취지 자체만으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좌담회는 전력거래소의 ‘재생에너지확대에 따른 전력수급 및 전력망 운영현황’ 발제를 시작으로 학회 간 사전 논의를 통해 선정된 3개의 소주제에 대해 이건영 전기학회 회장, 백원필 원자력학회 회장, 이창근 신재생에너지학회 회장이 직접 주제발표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발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난하게 진행됐다는 평가다. 다만 원자력학회와 신재생에너지학회 간 ‘미묘한 신경전’도 있었고, 자유토론이 아닌 각자 주제발표 형식으로만 진행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이번 좌담회는 사상 최초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대표 학회가 한자리에서 서로의 현황과 입장을 경청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유익한 행사였다는 게 참가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특히 이건영 회장은 “향후 3개학회 간 좌담회를 정례화할 계획”이라고 밝혀 횟수가 거듭됨에 따라 앞으로 더욱 다양한 주제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기대된다.
본지는 이날 죄담회에서 나온 각 학회장들의 발언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 주제1: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 증가시 전력망의 문제점과 극복 방안
이건영=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환경친화적인 발전원으로 우리 산업 발전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기반 에너지다. 또 여타 화석연료 기반의 발전원에 비해 경제적 우위에 있다.
이들 두 전원이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공급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3개의 도전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 경직성 문제다. 이는 ‘경직성 전원’으로 불리는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전력망 운영 안정성 관점에서 공통적으로 가진 가장 큰 한계다. 실시간의 전력수요 변동에 따른 출력제어가 쉽지 않다는 것으로, 현재의 형태로는 초 단위로 변동하는 수요 전력을 추종하며 전력 생산량을 조절할 수 없다는 약점이 있다.
신재생 발전제어에 관한 기술 인프라 확보를 위한 제반 절차 및 합리적인 운영 전략 등에 대해 발전 사업자와 한전, 전력거래소, 정부 등 관계 기관들의 공동 논의가 필요하다. 화재 사건 이후 침체된 ESS 저장장치 사업도 다시 개시돼야 하며, 다양한 소규모 양수 발전소 건설을 통한 유연성 백업 전원에 대한 투자도 서둘러야 한다.
둘째, 신재생 발전원의 간헐성과 변동성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신재생에너지 예측 기법 고도화를 통해 예측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이와 함께 보다 구체적인 기술규제도 병행돼야 한다.
셋째는 국내 신재생 확대와 관련, 정밀한 관리정책의 필요성이다. 우리나라는 소규모 태양광 중심의 NDC 달성 전략으로 인해 신재생에너지 관리 인프라가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기가 몇 대인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 알 수가 없어 사후 통계와 추정기법을 이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측면에서는 출력제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정책적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중장기 기술개발 로드맵 수립과 함께 탄소중립으로의 이행과정에서 에너지 신산업의 국가경쟁력 강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하겠다.
▶ 주제2: 주력 전원의 유연성 확보 방안
백원필=흔히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묶어서 경직성 전원으로 분류하지만, 그 특성은 완전히 다르다. 재생에너지의 경직성은 간헐성과 변동성에서 비롯되므로 에너지저장장치나 다른 전원의 도움 없이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닌다. 반면 원자력은 필요할 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원전의 탄력운전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원전의 연료비가 석탄발전보다 낮아 탄력운전의 의무를 유예받고 100% 출력의 기저부하로 운전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원전이 바로 본격적인 탄력운전을 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합리적 믹스, 재생에너지 간헐성·변동성 극복을 위한 ESS, 양수발전, 신에너지 발전의 적절한 도입, 원전의 열 이용 확대 등이 이뤄진다면 원전 탄력운전의 지나친 확대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R)는 높은 안전성, 탄력운전성, 수요접근성을 갖추게 되므로 국민수용성이 확보되면 전력공급 유연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이창근=신생에너지가 주력전원으로써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력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기술개발 및 정책수립을 진행해야 한다.
먼저 ‘인공지능을 이용한 발전량 예측’이다. 변동성을 없앨 수는 없지만, 재생에너지 변동성 및 발전량 예측 기술을 고도화함으로써 전력망 운용 측면에서 안정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둘째, 통합발전소 운영이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소규모 분산에너지 자원을 결합한 통합발전소(VPP) 운영이 제도적 탄력을 받게 됐다. 변동성 재생에너지 통합발전소 운영을 통해 수요에 대응하고 전력망의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대용량 장주기 에너지저장기술이다. 미국, 유럽 등 재생에너지의 평균 발전비중이 20% 이상인 국가들은 이미 에너지저장시스템 (ESS)의 설치를 의무화해 전력망의 안정성을 향상시키고 있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등을 통해 10시간 이상의 장주기 에너지저장시스템이 전력망에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네 번째 ‘섹터커플링’이다. 전력계통의 출력제어 문제는 가스, 열 등 전통적인 비전력 에너지 계통(망)과의 조화로운 운영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
섹터 커플링은 전력망의 유연성 확보뿐만 아니라 그린수소 등 미래 에너지산업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에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큰 신산업 분야다.
▶ 주제3: 미래에너지 주역이자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역할과 책임
이건영=전기는 국가의 경제와 우리 후손들의 미래를 위한 필수 에너지원이다. 과거 급속한 산업화에 따라 자연환경에 수많은 영향을 미쳤던 인류는 앞으로는 지구생태계와 공존할 수 있는 깨끗하고 안정된 에너지원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원자력학회, 신재생에너지학회가 추구하는 바램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과학자로서 기술개발과 연구를 통해 수많은 도전과제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노력을 함께 경주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의 3개 프로그램을 제안, 확대하고자 한다.
첫 번째, 해외 기술사례와 시사점을 함께 공유하고 토론하는 자리를 주기적으로 가지는 것이다. 매년 정기적인 학회 행사에 3개 학회가 공동 참여, 보다 구체적인 주제와 현안을 중심으로 함께 이야기를 나눴으면 한다. 원자력학회와 신재생에너지 학회 행사에 함께 개최한다면 최소 매년 3차례의 공동 토론의 장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두 번째,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와 국민을 위한 교육·홍보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학자(전문가)로써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은 팩트를 전달하고 잘못 알려진 부분들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데 있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정책에 대한 오피니언 그룹으로서의 입장을 표출하는 것이다. 학회 내 의견공유와 설문 등을 통한 의견수렴을 활성화하고, 학회차원의 입장 정리가 필요할 경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백원필=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는 실효성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과 구체적인 신규원전 건설 계획이 반영돼야 한다. 가동 원전의 계속운전을 위해서는 관련 인허가 절차와 평가 방법 등이 개선돼야 하며, 높은 수준의 안전성, 사용후핵연료 관리, 사고저항성핵연료 개발, 원전 수출 등 이슈들을 해결해 국민 신뢰를 더욱 높여야 한다. 특히 수용성 확보를 위해 정부와 관련기관 및 전문가가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효성있는 전력수급계획이 수립되고 관련 정책들이 실사구시적으로 추진되도록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재생에너지가 증가하면서 전력공급의 변동성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미 제주와 전남지역은 각각 풍력발전과 태양광 발전의 보급이 과도해 빈번한 출력제어와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이는 전력수급계획에서 합리성을 상실한 결과이자, 경제성과 기술성이 담보되지 않은 무분별한 재생에너지 확대의 결과라고 판단된다. 에너지, 인구, 산업환경과 기술 및 경제 발전 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다양한 에너지믹스 시나리오들을 철저하게 분석하는데 전문가들이 역할을 해야 한다.
이창근=신재생에너지가 에너지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2022년 현재 9.2%인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30년까지 21.6% 이상으로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는 온실가스 감축의 역할 뿐만 아니라 무한 에너지 경쟁으로 이어지는 탄소중립 시대의 기술 패권을 확보하고 미래 에너지 산업의 국가경쟁력 향상이라는 중차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RE100, CF100을 선언한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것 역시 신재생에너지에 주어진 책임이다.
전력 계통의 유연성과 출력제한 문제는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위기로 여겨지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산·학·연·관의 협력적 생태계 구축 노력은 신재생에너지가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으로 도약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탄소중립의 여정에서 원자력 등 타 전원과의 조화는 신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 생각한다.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분야의 여정은 노력과 비용을 수반하며, 원자력과 같은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원과의 조화를 통해 체계적이고 정의로운 탄소중립 전환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미래에너지의 오피니언 리더로써 ‘신재생에너지는 탄소중립’이라는 담대한 국가 목표에 기여할 수 있는 조화롭고 유연한 키 플레이어가 되도록 하겠다.
출처 : 에너지신문(http://www.energy-news.co.kr)